
지난 4월 27일부터 정부가 300억 원의 공공자금관리 기금을 확보해 민간보육시설의 환경개선을 위한 융자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관련시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사업은 영유아보육법 제36조(비용의 보조 등)에 근거한 것으로 민간 및 가정보육시설 약 2천개소를 대상자로 보고 비상재해 대비시설 설치, 놀이시설 개선, 공기질 개선, 노후시설 개선 등 4가지 항목에 대해 1개 소당 3년 거치 4년 상환(연 이율 4.73%)의 조건으로 1천 만원이내(2000만원까지)로 융자해주고 있다.
융자지원을 받고자 하는 보육시설 대표는 융자신청서와 사업 계획서를 시설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제출한 후 융자대상자로 결정되면 신한은행에 관련 서류를 첨부하여 융자신청을 하면 된다.
놀이터법 개정에 따른 유예기간이 오는 2011년 1월 29일까지로 개선이 시급한 시설이나 비상재해대비시설을 교체해야 하는 해당 시설에게는 이 융자사업이 가뭄 끝에 비와 같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뿐만 아니라 보육시설이 2층 이상인 경우는 비상계단, 대피용 미끄럼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최근 기준이 바뀌어 기존의 PVC형 미끄럼대가 아닌 오픈형으로 강철이나 스테인리스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시설이 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융자혜택의 문이 모든 시설에 다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 해당관할 기관으로부터 융자결정자로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여신 상태에 따라 융자를 제한하고 있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시설은 신청서조차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과연 이 융자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한 가지 융자를 지원받는다 해도 한 개 소당 한 항목에 대해서만 융자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놀이터와 비상재해대피시설 등 두 개 이상을 개선해야 하는 시설의 경우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하나를 개선하고 어느 하나는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항목의 명목으로 융자를 받는다 해도 자부담을 하지 않을 수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을 더욱 커지는 것이다.
미끄럼시설이나 놀이터를 시공하고 있는 한 업체에 따르면 비상재해 대피시설과 정원 60~70명이 되는 원의 놀이터를 법적 기준에 맞게 개선할 경우 융자비용으로 다 해결할 수 없고 일종의 자부담을 해야 한다고 한다.
까다로운 여신규정 대출 발목 잡아

신한은행측은 민간보육시설 개선사업융자와 관련 금융신용도 CCC(카드론 사용자, 상습적인 현금서비스 인출실적, 제2 금융권 대출 경험) 등급일 경우 융자 대상자에서 제외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용등급에 문제가 없을 경우에도 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신한은행과의 거래가 있어야 하고 신용 대출이나 담보를 제공해야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이런 여신규정이 당장에 놀이터 및 비상재해대비시설의 개선이 필요한 시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정이 이러해서 인지 전국적으로 사업의 융자 지원을 필요로 해 상담을 하는 시설은 많아도 대출 개시를 하자마자 얼마 안가 대출금이 소진되는 서민 및 중소기업 대상의 저금리 정책자금 융자사업과는 달리 그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정부는 이 융자 사업을 기금이 다 소모될 때까지로 잡고 있는데 대출업무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 사업을 실시한지 한 달가량 지났지만 전국적으로 융자금을 수령해 간 시설은 40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융자금이 필요한 시설에서는 여신조건이 맞지 않아 융자신청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신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윤정혜 사무관은 “복지부내에서도 여신규정을 두고 의견이 많았지만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환수하지 못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여신규정을 둘 수밖에 없다”며 “실제적으로 여신규정 때문에 거절당한 사례는 거의 없고 지금까지 1~2건으로 알고 있다”며 보육시설이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사업체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자보증을 할 수 없다고 말해 여신규정을 풀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정부가 300억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민간보육시설 환경개선비로 책정해놓고 여신규정과 항목제한을 두고 있어 정작 필요한 시설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떡을 한바구니 들고 와서 배고픈 사람에게 너는 이래서 안 돼 너는 저래서 안 돼 정작바구니에 떡이 넘쳐나는데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먹지말고 보고만 있으라는 것과 뭐가 다를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여신규제 완화와 대출금 확대 필요
정부가 융자금 미회수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융자금을 필요로 하는 시설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적어도 정부에서 여신을 보증해 주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국보육시설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에서는 “시설이 클 경우는 그만큼의 투자할 여력이 되기 때문인데 이 융자가 아니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놀이터나 비상재해 대비시설 등을 개선이 시급한 시설의 경우 대출이 차있거나 더 이상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출금을 늘려주고 갚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보증 제도를 확보하는 등 정책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한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윤정혜 사무관은 “여신규정을 완화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항목제한에 대한 부분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시행초기 때문에 한 달가량 실적을 조사해 보고 항목을 완화하던지 융자금 확대를 하던지 결정할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생생내기식 사업아닌 보육시설개선 취지에 맞는 사업 수행해야
그러나 다른 예를 보면 행정안전부와 16개 시·도, 새마을금고연합회가 2000억원의 자금으로 실시하는지역희망금융사업의 경우 6등급 이하이면서 3개월 이상 계속 사업하는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1인당 500만원까지 무보증과 무담보, 연 4%의 저금리로 대출해 주고 수협도 어린이집에서 대출을 받은 원장들이 신용이 가장 높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융자지원 사업은 원을 운영하고 있고 매월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민간 시설의 경우 여신을 이유로 융자를 제한하는 것은 이사업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복지부와 신한은행은 정작 필요한 시설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 조건을 내걸어 생생내기식 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여신규정 등의 대상자 제한조건을 완화해 꼭 자금이 필요한 시설이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
어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법 규제는 강화해 놓고 법 준수에 따른 책임은 모두 시설에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인 것 같다. 이왕 열악한 시설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보육의 질을 높인다는 대명제를 위한 것이라면 자금 회수를 걱정하기 보다는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시설에 대한 혜택이 영유아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의 유연성을 갖는다면 대상자와 항목 제한에 대해 완화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출처 | 월간 폴라리스 201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