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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부모학

대부분의 부모교육에서는 아이를 중심에 두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부모가 될지, 아이에게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배운다. 그러나 ‘자람 부모학교’의 부모교육은 아이 대신 부모를 중심에 놓는다. 아이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부모학을 배울 수 있는 곳, ‘자람 부모학교’의 이성아 대표를 만났다.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강봉형  자료제공 자람 부모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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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람 부모학교’가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자람 부모학교는 부모인 나와 가족의 행복한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 나누는 가족 성장의 플랫폼이에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은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이잖아요. 그리고 사랑 받는 최초의 기억 대부분을 가족이 선물하고요. 결국 가정이 건강할수록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많아지고, 가정의 건강성이 사회의 건강성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해요. 가족의 건강성은 부모의 건강성에서 시작돼요. 자람 부모학교는 부모를 단순히 자녀를 양육하는 기능 중심의 부모가 아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존재’로 보고, 부모가 이미 갖고 있는 자신의 부모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부모교육이 아니라 ‘부모학’을 이야기하는 거죠. 


‘부모교육’과 ‘부모학’은 어떻게 다른가요?

부모학은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요(웃음). 우리나라의 부모교육은 유아교육과 아동학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부모를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한 요건 중 하나로 봐요. 때문에 아이가 잘 자라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연령에 따라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부모가 해줘야 하는 게 뭔지를 궁금해하죠. 이런 역할과 기능 중심의 부모교육은 부모에게 뭔가를 계속 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부모학에서는 중심에 아이가 아닌 부모가 있어요. 부모가 건강하게 잘살려면 뭐가 필요한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거죠. 성인발달심리와 가족발달주기를 기반으로 부모는 과연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를 밀도 있게 들여다봐요.


아이가 생기는 순간부터 각종 검사와 출산 준비로 분주하지만 정작 ‘부모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아까 워크숍에서 처음 그 질문을 던져봤거든요.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부모에 대해 내리는 정의에 따라 양육관이 달라질 테니까요.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는 사람은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겠죠? 저에게 묻는다면 “부모는 자기의 삶의 성장 기회를 선물 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겠어요. 나 혼자 잘사는 사람, 아이만 잘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더불어, 가족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이오.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난 좋은 부모일까?’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불안감, 아이를 위해서는 더 많이 이뤄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우리 사회가 효율, 성취 중심으로 가다 보니 자신이 조금이라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불안하고, 삶이 버겁게만 느껴지죠. 그러다 보니 아예 부모가 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부모들의 자존감도 많이 낮아요. 특히 가족 그리고 자녀가 망가질까봐 불안해하고,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거 같은 억울함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 엄마들의 자화상이에요. 그러나 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부모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걸, 그리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라는 자리는 정말 많은 걸 누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선물 받은 직함이거든요. 회사에서 승진하면 좋아하잖아요. 부모란 명함을 받는 건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에요.


그래도 희생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 않나요?

아이를 키우는 데는 당연히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죠. 그런데 그걸 꼭 희생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커피숍까지 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걸리고 돈도 내야 해요. 그러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나는 희생한 건가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부모로서 희생한다는 생각 자체를 뒤집어 봐야 해요. 의미를 알아차리면 내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즐거운 일이 되고, 희생으로 바라보면 고통스럽고 버거운 일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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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 부모학교에 오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털어놓는 고민이 있나요?

‘아이가 내 마음대로 안 돼요’예요. 보통 자신은 잘하는데 아이가 혹은 배우자가 혹은 시어머니가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 준다는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정말로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옳은가’ ‘왜 나는 그걸 내 마음대로 안 하면 불안할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해요. 그걸 통찰해 낼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으면 많이 편안해져요.


오늘 참여해보니 자람 부모학교에서는 부모 스스로에게 답을 찾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기존의 부모교육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부모를 더 배워야 하는 존재나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이미 부모로서 충분히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고,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람 부모학교의 기본 철학이에요. 때문에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자신을 사랑하게끔, 자신을 인식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충실하죠. 사람들이 로뎅에게 “어떻게 저 돌덩이에서 이런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로뎅이 정말 멋진 대답을 했어요. “단지 돌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냈을 뿐입니다”라고요. 돌 안에 이미 그 작품이 있다고 믿었던 거죠. 자람 부모학교도 모든 부모에게는 빛나는 부모성이 충분히 내재돼 있다고 믿어요. 다만 답답하고 힘들 때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사회가 조성하는 불안감, 왜곡된 신념들, 어릴 때 상처 등에 의해 가려져 안 보이는 것뿐이죠.

 

부모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아이에 대한 고민의 해결책을 직접 듣고자 온 부모도 있지 않나요? 

 “내 아이를 위해 왔는데 나를 위한 자리였다”란 말을 가장 많이 들어요. 지금도 1년에 한번씩 보수 교육처럼 오시는 분이 있어요. 오기 전까지 아이가 너무 밉고,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했었는데 교육 후에는 ‘우리 아이가 참 좋은 아이인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나도 참 좋은 아이였다’라고 후기를 남겼죠. 자신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했다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이도, 가족도 좋게 안 보이거든요. 자람 부모학교가 전하는 메시지도 결국 ‘당신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거예요.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버겁거나 어려운 문제들도 존재하잖아요? 그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요?

물론 도움을 받을 수는 있죠. 그러나 부모로서 고민하는 문제는 결국 나의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 사이에서의 갈등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찾은 답만으로는 만족이 안 돼요. 결국 또다시 답을 찾으러 헤매고 다니죠. 혹시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았다고 해도 그걸 해결하는 원동력은 결국 자신이 갖고 있고요.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는 거예요. 그러나 부모 스스로가 이미 훌륭한 답을 갖고 있어요. 자람 부모학교는 부모들이 얼마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인지를 계속 경험하게 해주고, 스스로 답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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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부모학교’도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겠네요. ‘스스로 부모학교’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스스로 부모학교’는 부모들끼리 모임을 결성해 부모로서 함께 성장해 가는 프로그램이에요. 사실 부모교육의 최고 전문가는 부모거든요. 산후조리원, 유치원, 카페 등 부모들이 갖고 있는 공동체들이 있잖아요. 다섯 명이 모이면 무조건 부모교육 신청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중 한 명이 대표로 자람 부모학교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경험하고 가세요. 돌아가서는 1주 또는 2주에 한번씩 배운 질문을 하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요. 이런 모임을 갖고 그 결과를 분석했는데 부모가 스스로에게 갖는 효능감, 자존감이 매우 높아졌어요. 삶은 변한 게 없는데 삶을 바라보는 내가 변한 거죠. 그리고 그 변화는 공감해주고, 부모로서의 삶을 들여다보는 협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예요. 그런 협력자가 배우자라면 가장 좋겠지만 꼭 아니라도 된다는 거죠. 


부모로서의 성장을 위해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건가요?

평생 하게 되면 할 때마다 다른 이슈가 나오겠죠. 그러나 늘 처음처럼 어렵고 서툴지는 않아요.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는 굉장히 큰 도전이지만 한 번 걷고 나면 새로운 길이 나올 때마다 다시 걷는 걸 배우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만약 걷는 걸 배우는 게 두려워 평생 앉아 있거나 옆에 있는 사람에게 계속 데려다 달라고만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저도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이걸 조금 배운다고 얼마나 인생이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바뀐 거 같아요. 특히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가장 강렬한 에너지잖아요. 짧은 시간에 변화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저조차도 놀랄 때가 많아요. 


‘행복한 아이를 키우려면 엄마, 아빠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 안에서 서로가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부모가 되고 행복하려면 건강한 부부 관계가 기반이 돼야 해요. 가정의 중심은 부부거든요. 그러려면 아내와 남편이 서로가 남인 걸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부부는 정확하게 이심이체거든요. 서로 독립적이어야 하는 거죠. 사랑하는 사이에는 엄청난 무의식이 존재해요. 뭔가를 해주는 걸 당연시 여기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을 거라는 착각 말이죠. 그러다 보면 내게 부족한 걸 상대방이 채우길 바라게 되고, 내 마음과 같지 않을 때는 비난을 하게 되죠. “애하고 놀아줘, 애한테 좋은 아빠가 돼줘. 나한테 좋은 남편은 안 돼도 돼”라고 말하는 것도 자기합리화예요. 결국 자기에게 좋은 남편이 돼달라는 말이거든요. 그리고 독립만큼 중요한 것이 친밀함이에요. 친밀한 관계는 그 사람을 깊게 이해하는 거예요. 다름을 존중하는 가운데, 얼마나 서로에 대해 민감하냐는 거죠. 아침저녁으로 만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떠올려 보면 “몇 시에 끝나?” “밥 먹었어?” 등의 이야기만 무심코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들이 궁금한 거예요. “오늘 어땠어?” “요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라고 진심으로 물어보는 것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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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요?

공유가 중요해요. 서로 요구는 하지만 공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엄마도, 아빠도 서로 각자 살아온 인생의 1막이 있어요. 이 안에 각자의 신념, 경험 등 삶의 재료가 녹아 있죠. 그런데 삶의 재료가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고 싶은지 공유를 하지 않는다면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잖아요. 어떤 재료들이 있었고, 그 재료들이 어떤 상태인지 보는 게 먼저죠. “내가 어린 시절에 아빠가 놀아줬던 정말 좋은 기억이 있어. 그래서 아이와 이렇게 놀아주면 좋겠어.” “내가 어릴 때 아빠가 너무 엄하게 키우셨어. 나도 잘 노는 아빠가 되고 싶지만 어떻게 놀지 몰라서 어려워.” “우리 둘 다 따뜻한 아빠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거네. 그럼 나와 당신이 함께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 “내가 이런 걸 도와줄게.” “○○야, 아빠가 이렇게 놀아주니까 참 좋지.” 이런 식으로 대화하며 서로의 삶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행복한 부모가 되고 싶은 부모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고 있다는 증거예요. 절대 부족한 부모가 아니니까 안심하시고, 내재돼 있는 부모성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지지하고 격려하려고 하는 만큼 부모로서 나를 스스로 격려해주세요. 또 한 가지, 부모로서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슬프다고 하면 18개월이 된 아이가 엄마, 아빠를 안아줘요. 보통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도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모를 최선을 다해 돌본다는 거예요. 이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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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아 대표

20세, 18세, 11세 삼 형제를 둔 엄마이자 21년 차 워킹맘. 10여 년간 강연과 상담을 통해 수많은 부모와 가족을 상담해 온 부모 상담 전문가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 성장을 지원하는 자람 가족학교와 자람 부모학교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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