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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잇다

꿈을 이뤄주는 여행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눈은 빛난다.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과 관계없이 어떤 꿈이든 진심으로 품기 때문일 것이다.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성소영  에디터 윤경민  포토그래퍼 유재철  사진 제공 고양어린이박물관







누구에게나 닷새에 한 번씩은 꿈이 바뀌고, 그때마다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제복이 멋있다는 단순한 이유로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유로도 쉽게 정해지곤 했던 꿈. 어른이 되고 나면 어린 시절의 다채로운 꿈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이 순수한 동심을 지켜줄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길 위에 올랐다. 단순히 장래 희망이나 진로 등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닌, 꿈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여행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아파트 숲 사이를 지나자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 눈에 띈다. 노랑과 연두, 초록의 모눈들을 나뭇가지가 받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사이버 숲 속을 재현해 놓은 것 같다. 올해 6월 개관한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 아이들이 꿈꾸는 어른의 모습을 먼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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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답게 자라날 아이들


‘꽃의 도시’로 불리는 고양시의 특색을 살려 공간 전체가 식물을 형상화한 요소들로 꾸며진 이곳에서 ‘아이그루’는 단연 돋보이는 시설이다. 높이 솟은 기둥에 나뭇잎 모양 발판을 달아 숲 속의 커다란 나무를 모티브로 만든 대형 클라이머로 박물관 중앙의 1층부터 3층까지를 관통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아이들은 이곳을 오르내리며 마음껏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데, 나뭇잎 발판을 밟으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정글 속 타잔을 보는 것 같다. 어른의 눈에는 아찔하지만(단단한 사슬이 시설물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보호자가 동반 입장하고 보호 장구를 착용해 실제로는 매우 안전하다) 아이들은 열광하는 공간. 숲 속 동물들처럼 나무를 자유자재로 올라타고 싶다는 상상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고양어린이박물관은 ‘틀에 박힌 박물관 운영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새로운 어린이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설립 취지답게 특색 있는 120여 가지의 다양한 즐길 거리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이곳은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와 지식 등을 배울 수 있는 10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먼저 1층에 위치한 ‘안전을 약속해’ 파트에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생활안전에 대해 O, X퀴즈를 맞혀보고, 불이 났을 때 소방관 옷을 입고 직접 진압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불이 난 스크린에 소화기를 뿌리는 몸짓을 하면 화면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불이 꺼진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배우게 된다.
2층에는 ‘꽃향기 마을’ ‘함께 사는 세상’ ‘안녕? 지구!’ ‘물빛마을’ 등이 자리한다. 꽃향기 마을에서는 직접 꽃 모양의 조형물을 심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한편에는 작은 좌판을 마련해 꽃잎차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역할극도 가능해 아이는 이곳에서 카페 주인이 돼볼 수도 있다. 2층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함께 사는 세상’이다. ‘인권’을 배우고, 인종이나 성별, 종교 등에 관계없이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의미를 체험으로 느낄 수 있다. 360도 돌아가는 동그란 패널 전시물에는 다양한 생김새, 인종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이를 뒤집으면 ‘머리카락이 곱슬거려요’ ‘먹는 것을 좋아해요’ 등 그 사람의 특징이나 좋아하는 것들이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는 나와 다른 수많은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이 인권선언을 토대로 나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체험도 눈에 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고 존중 받아야 마땅한지를 알게 된 아이들은 나만큼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게 된다. 시각 장애인 스포츠 중 하나인 ‘쇼다운’을 직접 해보며 장애인을 이해해보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3층에서는 애니메이션 작가, 영상편집가, 건축가 등의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다. 애니팩토리에서는 스톱모션, 더빙 등으로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을 아이가 직접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블루스크린에서 움직임을 촬영한 뒤 편집을 통해 짧은 영상도 만들어볼 수 있다. 애니팩토리를 나와 우측으로 이동하면 작은 건축 현장을 옮겨 놓은 건축놀이터가 등장한다. 안전모를 쓰고 나무 조각, 건축물 블록 등을 옮겨보는 활동과 함께 미래도시를 설계하고 직접 건축에 참여하게 된다. 바닥에 뚫린 홈에 파이프를 꽂아 건물의 골격을 만들고, 나무를 쌓아 다양한 건축물을 짓는 등의 활동이다. 고양어린이박물관에 마련된 다양한 체험들은 무척 현실적으로 구성돼 있면서도 직업 체험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알아야 할 지식, 윤리 등을 배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가 미래를 꿈꾸는 것은 자연스레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그런 관점에서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의 다양한 체험 활동은 아이가 훗날 성인이 됐을 때를 스스로 떠올려보고, 미래의 직업뿐만 아니라 어떤 소양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할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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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흠뻑 빠지다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 현실적인 미래에 대해 고민해봤다면, 이제 몸에 힘을 풀고 좀 더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갈 차례다.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려보면 열에 아홉은 좋아하는 만화와 연관이 있었다. 만화 속 주인공을 실제로 만난다거나, 주인공이 늘 지니고 다니는 소지품을 가지고 싶다거나, 나아가 내가 만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허무맹랑하면서도 간절했던 그 소원들. 어린 시절에 장래 희망을 꼭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는 해본 적이 없지만, 요술봉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일은 여전히 생생한 것을 보면 유년기 때 꿈의 농도는 현실적인 미래보다 환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 쪽이 훨씬 짙은 것 같다.
아이들의 이 순수한 꿈들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을 찾아 고양에서 서울로 이동했다.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 차로 30분쯤 달리면 도착하는 명동에는 만화 캐릭터로 가득 꾸며진 길, ‘재미로’가 있다. 그 이름 그대로, 재미있는 길이다. 예전의 이 길을 기억하는 엄마와 아빠라면 조금은 놀랄 수도 있겠다. 평범하고 조용했던 길이 어느새 만화의 거리로 탈바꿈했으니 말이다. 서울시의 중장기 과제 중 하나로, 2013년 조성된 재미로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을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의도와 만화 발전에 힘쓰는 수많은 국내 만화산업 종사자들의 염원이 만나 이루어진 길이다. 명동역 2, 3번 출구 사이 공원을 시작으로 명동 주민센터를 지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450m의 길을 조성하는 데 70여 명의 국내 만화가들의 손길이 보태졌다고 한다.
좁은 골목길 곳곳에는 만화 캐릭터가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뽀로로와 친구들, 타요 버스, 로보카 폴리, 라바 등 다양한 캐릭터가 가득해 발자국을 뗄 때마다 자연스레 카메라의 셔터도 한 번, 두 번 계속 누르게 된다. 골목 가게의 간판, 담벼락, 전봇대 꼭대기 등 ‘이런 곳에도 캐릭터가?’라는 생각이 드는 의외의 지점에서도 만화적 요소를 만날 수 있다. 또 재미로의 전봇대에는 각기 다른 문구들이 써 있는데 모두 만화에 등장하는 대사다.
아이들을 사로잡는 캐릭터와 함께 엄마와 아빠의 추억을 되살릴 만한 옛 만화들이 혼재돼 있어 더욱 즐겁다. 달려라 하니, 공포의 외인구단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고전만화도 재미로의 한 배경이다. 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식당, 게스트하우스, 카페, 기념품 판매점 등의 상점 또한 온통 캐릭터 천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방도 즐비해 있어 아이와 함께 걷다가 마음에 드는 체험이 있으면 잠시 들러봐도 좋겠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가득한 길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그 길의 끝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있다. 재미로 탐방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 출시된 각종 만화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클레이로 만화 속 주인공을 만든 뒤 조형물을 조금씩 움직여 한 컷씩 사진을 찍어 완성하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직접 완성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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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남산 자락에 위치한 덕분에 이동하는 길은 자연스레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남산길을 따라 10여 분을 달리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도착한다. 현실적인 미래, 환상의 세계라는 두 가지 다른 색깔의 꿈을 탐험했다면, 이번에는 꿈의 실현에 주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4층 배움터에서 열리고 있는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는 아이들이 꿈꾸던 것이 현실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주최한 이 전시는 아이들이 그린 상상 속 자동차를 실제로 만들어낸 모터쇼다. 지난 2월부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상상 자동차 그림 공모를 실시했고, 접수된 7322점의 작품 중 15개의 작품이 실제 자동차의 모형으로 제작됐다.
전시장은 도시존, 사막존, 숲존, 바다존, 하늘존으로 구성해 각각의 자동차 기능에 따라 테마를 달리하고 있다. 전시된 자동차에는 어른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독특한 시각과 상상력이 담겨 있다. 나비와 동물들이 향기를 맡고 몰려올 수 있도록 만든 ‘꽃향기 자동차’, 퍼즐만 맞추면 어디든 갈 수 있도록 만든 ‘상상 퍼즐 자동차’, 별을 만들어 하늘에 쏠 수 있는 ‘별 자동차’ 등이 그것. 전시관을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박정원 1호’ 자동차는 여섯 살 박정원 어린이가 만든 것으로, 본인이 살고 있는 부산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며 아프리카 친구들의 마음도 자신과 같으리라 생각해 눈을 만들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든 것이란다.
당장 실용화될 수 없는 아이디어이지만, 아이들의 독특한 상상을 존중해주는 것은 어른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다. 그런 점에서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는 의미가 있다. 공모된 자동차는 그림을 그린 아이, 디자이너, 자동차 기술자 등이 모여 실제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본떠 제작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을 재현할 수 있는 체험 요소도 담아냈다. 노래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경우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면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밝은 빛이 나와 캄캄한 밤에도 낚시를 할 수 있는 자동차는 차 안에서 버튼을 누르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낚싯대로 자동차 주변에 흩어진 모형 물고기를 잡아볼 수도 있다. 이처럼 아이가 직접 자동차에 타고, 상상의 기능들을 작동해볼 수 있어 더 즐겁다.
이번 전시를 후원한 서울디자인재단의 홍보팀 김민희 선임은 “내 또래 친구가 그린 자동차가 실제로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 덕분에 관람하는 아이들 또한 ‘언젠가는 나의 꿈도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관 내에 자리한 교육실 ‘상상발전소’에서는 아이가 직접 자동차 디자이너가 돼 나만의 상상 자동차를 종이 키트로 디자인해보는 체험교육 프로그램(7세 이하 보호자 동반)도 운영한다. 완성한 종이 자동차로 전시관에 마련된 레이싱 트랙에서 친구와 경주를 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 마음껏 상상하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다면 저절로 무궁무진한 꿈을 가슴에 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에게 “꿈이 무엇이니?”라고 묻기 전에,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나게 해주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여행을 통해서라면 아이의 꿈은 무궁무진하게 자라날 것이다.




info
고양어린이박물관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중로 26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정기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입장료 36개월 이상 5000원(36개월 이하 무료)

재미로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126(명동역 3번 출구)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DDP 배움터 4층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4000원


2016.11.22 오전 12:00:00
마이폴라닷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