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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잇다

처음 만나는 푸드아트테라피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다. 지치고 아프고 힘들던 마음도 맛있는 음식 한입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녹아내린다. 푸드아트테라피는 이런 음식의 힘을 빌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이다. 푸드아트테라피로 아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권순진 푸드아트심리상담사를 만나봤다. 


에디터 윤경민  포토그래퍼 강봉형  취재 협조 요리노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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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아동요리, 쿠키클레이, 아동베이킹, 식습관코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이들에게 요리를 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을 양성하는 요리노리연구소의 소장이자 푸드아트심리상담사인 권순진입니다. 아이들이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이에요. 


아직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푸드아트테라피’란 무엇인가요?

푸드아트테라피는 식재료나 완성된 요리로 또 하나의 창작품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이에요. 단순히 음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숨겨진 사람의 마음을 읽은 후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주죠. 


재료가 음식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미술상담치료와 비슷한 건가요?

기본적으로 미술심리를 응용해요. 하지만 미술심리만을 이용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에요. 푸드아트테라피는 만들어진 작품을 상담사가 분석한다기 보다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 속에서 이뤄지는 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상담이에요. 즉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아이와 나누는 진실한 대화죠. 예를 들어 푸드아트테라피에서는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집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아이가 행복한 가정에서 산다고 보지는 않아요. 그 집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으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 있거든요. 이 사실은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가 없어요. 


아이가 마음을 열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요.

아이의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은 다르지만, 당연히 일회성 상담보다는 여러 차례 만남을 거듭하며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아요. 첫 만남부터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은 어렵죠. 대화를 나누기 전에 먼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고 친밀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가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 주제를 통해 아이의 심리와 현재 상황, 가족과 타인과의 관계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하며 사전 조사를 해요. 그 후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치료의 목적을 정하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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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아트테라피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치료의 방향을 설정하고 적당한 주제를 선정합니다. 주제에 따라 적합한 재료를 준비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시간을 주죠. 가족을 그리기도 하고, 현재 자신이나 미래의 모습을 만들기도 해요. 상담사는 아이가 작품을 만드는 동안 또는 작품을 만든 후에 알맞은 질문으로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탐색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프로그램은 단계적으로 더 깊고 내밀한 상담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 나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푸드아트테라피의 핵심은 자기주도적인 상담이라는 거예요. 상담사가 아이를 대신해서 작품을 해석하거나 아이의 마음을 판단해서는 안 돼요. 아이가 스스로 작품에 투영된 자기 모습을 설명하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해요. 상처와 아픔을 깨달았다면 그것을 위로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그려보는 것도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죠. 스스로 깨닫고 느끼지 않으면 아무리 옆에서 용기를 주고 조언을 해줘도 효과가 없어요. 상담사는 단지 아이가 자기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주는 조력자일 뿐이죠. 질문을 던질 뿐 답을 찾는 것은 아이의 몫이에요. 


상담사는 아이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어떤 준비들을 하나요? 

무엇보다 사전 준비가 잘되어 있어야 해요. 아이가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명과 온도에도 신경을 쓰고,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죠. 아이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넉넉히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처음부터 너무 생소한 식재료나 음식을 주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나 과일, 쉽게 먹으면서 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는 게 좋아요. 따뜻한 차와 맛있는 간식을 먹는 것만큼 어색한 자리를 풀어주는 데 효과적인 방법도 없잖아요(웃음). 


푸드아트테라피만의 특별한 장점이나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푸드아트테라피의 재료인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친밀감이 이미 형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활동을 시작할 때 거부감이나 방어감이 덜해요. 또 푸드아트는 연필로 그리고 물감으로 색칠하는 미술작품과 달리 쉽게 수정하고 변형할 수 있어 미술에 소질이 없는 아이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쉽게 허물고 부수고 수정하는 만큼 마음속 상처도 빨리 치유해갈 수 있죠. 이쑤시개로 아픈 나를 표현했다면 바로 이쑤시개를 뽑고 치유된 나를 표현할 수도 있어요.  


가정에서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푸드아트테라피를 시도해볼 수도 있나요?

충분히 가능하고 오히려 저는 추천해요. 전문적인 상담까지는 어렵겠지만 대화를 더 즐겁게 하기 위해 음식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이가 기운이 없어 보일 때나 우울해 보일 때 다짜고짜 이유를 묻거나 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푸드아트로 놀이하듯 이야기를 시작하면 훨씬 대화가 편해져요. 아이는 조금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부모가 진심으로 다가오면 금세 자기 마음을 털어놓거든요. 이런 대화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다 보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부모들에게 다 털어놓는 날이 분명히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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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을 해야 하고,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건가요?

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거나 ‘네’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피해야 합니다. ‘이건 상어구나’ ‘너는 지금 마음이 아프구나’와 같이 부모가 아이 대신 설명을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아이가 왜 이런 재료를 선택했는지, 왜 이 색깔을 사용했는지 등을 물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아이 행동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고 질문해야 하죠. 그러려면 아이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 내내 아이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필요한 질문을 메모해두어야 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라도 그 속에는 아이의 심리와 의도가 담겨 있으니 허투루 지나치지 말아야 해요. 또 질문을 던졌을 때 아이가 스스로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푸드아트테라피를 가정에서 진행할 때 부모들이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서둘러 아이의 문제를 파악하고 빨리 고쳐주려는 마음은 내려놓아야 해요. 아이의 마음이 궁금하다고 집요하게 캐묻거나 너무 직접적인 질문으로 아이를 압박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그 상황에 대해 말하기 힘들어 하거나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넘어갈 수도 있어야 해요. 걱정이 앞서는 마음에 아이를 다그치는 부모들이 간혹 있습니다. 또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푸드아트테라피의 작품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작품이 아니에요. 심리 상태와 상황에 따라 때론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미완성의 작품이 나오기도 하죠. 아이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식재료는 어떤 것으로 선택하면 좋을까요?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단지 의도적으로 재료를 준비하는 것만 피해주세요. 얼굴은 동그라니까 동그란 재료들을 준비한다거나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겠다는 목표로 아이가 싫어하는 채소 위주의 재료만 준비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거부감을 주고 재미를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줘요. 먹고 남은 과일 껍질, 간단한 설탕이나 소금, 독특한 열대과실 등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모두 좋아요. 또 식재료를 너무 깨끗이 씻거나 예쁘게 준비하지 않아도 돼요. 흙이 묻은 당근과 감자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재료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어요. 투박하고 거친 재료들은 아이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푸드아트테라피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푸드아트테라피는 상담사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한데, 아직 전문적으로 푸드아트테라피를 진행하는 상담사나 기관이 많지 않습니다. 푸드아트테라피를 경험해보고자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상담사의 경력을 잘 따져보셨으면 해요. 유아교육이나 아동학 등을 전공한 분들, 상담을 오래 해온 상담사들을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음식으로 그린 마음


예술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음식과 식재료를 가지고 만든 아이의 작품을 보며 그 속에 숨겨진 아이의 마음을 읽어보자. 아이와 더 진솔하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Program 01

커피 가루에 그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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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루 위에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몰랐던 아이의 마음이 터져 나온다. 손가락 인형의 힘을 빌리면 아이가 대화에 더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다.



재료     

원두커피 가루, 흰색 도화지, 폼폼, 손가락 인형


진행 과정   

아이가 커피 가루를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 후 원하는 모양을 손가락으로 그려보고 이야기해본다.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이가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부모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아이의 더 깊은 마음을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대화를 충분히 했다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후 사진을 찍고 소감을 나눠보며 활동을 마무리한다.


TIP     

어린 아이들은 커피 가루를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커피 가루 대신에 밀가루나 전분 등으로 대체해 사용해도 좋다. 흰색 가루를 사용할 때에는 검은색 도화지를 깔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보고 위로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뭔가를 알아내기 위해 집요한 질문을 하기 보다는 즐거운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Program 02

곡식으로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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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태, 팥, 옥수수, 녹두 등 여러 가지 곡식을 이용해 미래의 꿈을 그려보자. 미래의 나를 상상해보고 꿈을 키워가는 시간은 아이의 내면을 튼튼하게 해준다. 



재료     

서리태, 팥, 옥수수, 녹두, 백태, 액자, 목공용 풀, 연필


진행 과정   

서리태, 팥, 옥수수 등 여러 가지 곡식을 느껴보고 이야기 나눠본다. 아이가 재료를 충분히 탐색했다면 질문을 통해서 아이가 꿈을 찾고 꿈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준다. 아이가 꿈을 그릴 준비가 됐다면 액자 크기와 같은 종이 위에 연필로 자신의 ‘미래의 꿈’을 그려보도록 한다. 밑그림이 완성되면 목공용 풀을 이용해 서리태, 팥, 옥수수로 밑그림을 꾸민다. 완성된 작품을 보며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함께 계획을 세워본다. 완성된 작품은 벽에 걸거나 아이의 책상 위에 두어 아이가 자주 자신의 꿈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TIP     

연령이 어린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는 옥수수나 팥 등이 입이나 코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또 접착제나 풀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모가 꼭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밑그림을 너무 작게 그릴 경우, 큰 콩이나 파스타 면으로 표현하기 힘들 수 있다. 

2016.02.22 오전 12:00:00
마이폴라닷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