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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안전, 어떻게 지킬까

사실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아이들이 의심과 불안 없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오롯이 어른들의 몫이니까. 하지만 날로 흉흉해지는 세상에 그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동 성폭력의 정의부터 부모가 먼저 하는 성폭력 예방법, 아이와 함께 실천하는 안전수칙 등을 알아봤다.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소품 협찬 론지코리아(londj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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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아동 성폭력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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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이란?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 행위’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강간이나 신체 추행 같은 직접적 행위는 물론 언어적 추행, 성기 노출, 음란 영상물을 보여주거나 무단으로 전시·상영하는 등의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그중 아동 성폭력은 ‘만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으로, 성인 대상의 성폭력과 가장 다른 점은 피해자가 행위를 거부하지 않았어도 성폭력으로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만 13세 미만의 아이들은 아직 생각과 판단력이 미숙해 주체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 따라서 상대가 폭행이나 협박, 위력 등의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고 아이가 동의를 했다고 할지라도 아이를 상대로 한 성적인 행동은 모두 성폭력이다.

한편 아동 성폭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성폭력 유형은 강제추행이다. 지난 2014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4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에 따르면 강제추행 범죄의 경우 13세 미만 피해자 비율이 27.9%로 가장 높았다. 아이들의 경우 직접적 성폭행을 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데, 같은 이유로 손가락이나 이물질 삽입 등의 유사성행위 폭력 역시 많이 일어난다.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용의자 신원 파악 등이 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이른바 암수범죄 비율이 높은 것 역시 아동 성폭력의 특징이다. 아이들은 피해를 입고도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신고율도 낮기 때문이다. 평소 양육자가 아이들의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통계로 알아보는 아동 성폭력 실태
? 낯선 사람이 저지른다?
2015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 자료에 따르면 7세 이하 유아를 상대로 한 성폭력 가해자는 친족인 경우가 53.5%로 가장 많았으며, 친인척이 5%, 모르는 사람이 11%, 미상이 25.5%로 나타났다. 많은 부모들이 ‘아동 성폭력’이라고 하면 으레 낯선 범죄자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 따라가면 안 돼”라고만 예방교육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 남자아이는 안전하다?
2013년 검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 피해자 중 남아의 비율이 10.1%, 여아의 비율이 89.9%로 집계됐다. 물론 여자 아이의 피해가 훨씬 많지만 남자아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는 수치다. 게다가 남아 대상 성폭력은 2010년 7.3%에서 2012년 9.1%, 2013년 10.1%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 어른이 아이에게 저지르는 것이다?
아동 가해자는 형사처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 접수 외의 통계는 없지만, 해바라기아동센터에 2015년 접수된 상담 통계에 따르면 아동 성폭력 전체 피해 유형 중 힘의 유무 없이 아동 간에 발행한 추행이 29.1%였으며, 가해자 연령 조사에서는 7세 이하 유아가 전체의 11.5%였다. 유아의 경우 단순한 호기심으로 사고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지만, 반복적으로 성적 행동을 하거나 성기를 물건으로 찌르는 등 장난으로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성폭력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인지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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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먼저,
아동 성폭력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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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느낌과 의견 존중하기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이라고 하면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처법만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평소 아이의 자존감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일이다. 자존감과 자율성이 높은 아이들은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해 쉽게 속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상적으로 “어른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지” “엄마, 아빠한테 말대꾸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낯선 사람에게 거부 표현을 확실히 하라고 가르친다면 소용이 있을까. 위기 상황에서 아이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부모가 단발성으로 가르쳐준 정보가 아닌, 일상 속에서 체득한 주체성이다. 평소 권위적이거나 아이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는 성폭력 가해자가 조금이라도 무섭게 나오면 순종적으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부모는 평소에 아이가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상대방이 어른일 경우에도 마찬가지. 지인이나 친척 어른이 장난스럽게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할 때는 아이가 “만지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고 이를 지지해줌으로써 자기표현에 당당한 아이로 키우자.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예방도 중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성기를 찌르거나 자신의 성기를 억지로 만지게 하는 등의 성폭력은 일어날 수 있으며, 이 사고에서 내 아이가 반드시 피해자라는 보장은 없다. 영유아기 아이들의 성적 행동은 단순한 호기심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성폭력으로 단정짓거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눠 낙인을 찍기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 평소 아이에게 자신의 몸은 물론 친구의 몸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친구의 치마를 들추거나 바지를 내리는 장난 하지 않기’ ‘친구의 소중한 부분 만지지 않기’ ‘친구가 싫다고 하면 하지 않기’ 등의 규칙을 정해 약속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우연히 노골적으로 성이 묘사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흉내내지 않도록 주변 환경에 신경을 쓸 필요도 있다.
위급 상황 대비는 필수
가방이나 신발 등 아이 물건에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적는 일은 금물. 이름을 보고 정보를 파악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과 전화번호는 목걸이나 가방 안쪽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적은 후 엄마, 아빠를 잃어버리거나 위급한 상황일 때 주변 어른에게 보여주라고 얘기하자. 유아기 아이라면 엄마, 아빠의 전화번호 정도는 외우게 하는 것이 좋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sexoffender.go.kr)나 앱을 통해 생활 반경 내에 성범죄 전과를 지닌 사람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둘 필요도 있다.

폐쇄보다는 연대로 지키는 아이 안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창문에 노란색 손바닥 모양 스티커가 붙은 가정집들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언제든지 뛰어들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라는 표식이다. 영국에는 노인을 비롯한 주민들이 현직 경찰과 연계해 동네를 순찰하는 ‘커뮤니티 폴리싱(community policing) 제도가 잘 구축돼 있다. 아무리 세상이 무섭고 흉흉해져도 우리 주변에는 아이를 해치려는 이들보다 보호하려는 이웃들이 훨씬 많다.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내 아이를 넘어 ‘우리 아이’를 지키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보자. 작은 ‘오지랖’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학교 앞 CCTV는 충분한지, 아이들이 노는 곳 주변에 후미진 골목은 없는지, 우리 동네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어디인지, 이웃에 학대를 당하는 아이는 없는지…. 내 아이의 안전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안전에 촉을 세울 때, 내 아이를 지켜줄 울타리도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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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성폭력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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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극 놀이를 통한 실전 연습
영유아기는 언어보다는 경험으로 배우는 시기로, 말이나 활자, 그림으로만 하는 예방교육은 효과가 떨어진다. 성폭력 상황을 연출해 몸으로 위기 상황 대처법을 익히는 역할극 놀이가 이 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예방교육. 장소별·상황별로 일어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부모가 먼저 파악한 후 엄마의 친구라며 접근할 때, 낯선 사람이 과자로 유혹할 때, 다친 사람이 도와달라고 할 때 등 다양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연출해보자. 동영상이나 그림책 등을 활용해 성폭력의 개념과 대처 방법을 아이와 함께 살펴본 후 역할극을 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때 아이가 장난스럽게 반응한다고 같이 휩쓸리거나 반대로 상황을 너무 무섭게 조성해 공포심을 심어주면 역효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하고 반복적인 연습. 재미있는 놀이처럼 반복, 또 반복해서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아이가 습관적으로 배운 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

낯선 사람의 구분은 정확히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동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동기가 아닌 외모, 태도 등을 기준으로 행동의 선악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누군가가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선량한 인상과 말투로 얘기를 하면 나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7~12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아이들은 주로 ‘험악한 얼굴에 무서운 인상’의 사람을 ‘낯선 사람(나쁜 사람)’이라고 답했다. 만화영화나 그림책 등을 통해 착한 사람은 예쁘고, 악당은 위협적으로 생겼다는 정형화 된 편견을 흡수한 까닭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평소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을 경계하고,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지만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도 있어. 이건 생김새와는 상관이 없는 거야”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 또 아이들은 한두 번 본 사람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므로 모호하게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엄마, 아빠가 허락하지 않은 사람은 누가 됐든 따라가면 안 된다”고 경계를 분명하게 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비밀 말해주기
가해자가 아이에게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이야”라고 말하면 비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은 이를 지키려 하는 경향이 있다. 성폭력 예방교육 시에 아이에게 세상에는 ‘좋은 비밀’과 ‘나쁜 비밀’이 있으며, 아이의 몸을 만지거나 기분 나쁜 행동을 하는 어른과의 약속은 지킬 필요가 없다고 얘기해주자. 아이가 부모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가감 없이 말하기를 바란다면 평소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비난하지 않는 태도로 신뢰를 쌓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불안과 공포보다는 신뢰와 사랑을

안타깝지만 아동 성폭력은 아이를 단속하고 강박적으로 조심시킨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니다. 지나치게 성범죄 예방교육을 시키려다가는 아이가 사람을 불신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에 가지 마라” “~하면 큰일 난다” 등 공포감을 조성하며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면, 혹여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아이는 자신이 부모 말을 듣지 않아서 벌을 받았다며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무턱대고 “엄마 말고는 아무도 믿지 마”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등의 말로 아이를 단속하기보다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지만 가끔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도 있으니 조심하는 거라고 얘기해주자.






어디서 도움을 받을까?

해바라기아동센터
www.child1375.or.kr / 02-3274-1375
한국성폭력상담소
www.sisters.or.kr / 02-338-5801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www.korea1391.org / 02-558-1391




참고 도서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백경임 <부모가 시작하는 내 아이 성교육>
김백애라?정정희 <거침없는 아이 난감한 어른>

2016.06.22 오전 12:00:00
마이폴라닷컴 제공